도메인 구매
블로그를 시작한 지가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드디어 제대로 된 도메인을 샀다. 사실 블로그 초기에 요상한 이름으로 닷넷 도메인을 구매한 적이 있긴 했는데, 의외로 내가 이름에 큰 애착을 갖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요상한 이름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 결국은 흐지부지된 적이 있다. 그 후로는 그냥 적당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서 영어 본명을 썼고, 그때나 지금이나 엄청난 청중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 적당히 무료 호스팅인 깃허브 페이지를 이용해 왔다. 그러다가 야크 쉐이빙이라는 컨셉이 OCaml을 비롯해 중구난방한 내 블로그 주제와 맞는 것 같아 Caml Shaving 이라는 이름을 좀 썼다가, 다시 마땅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Untitled를 임시로 달아뒀다가, 작년부터는 불현듯 untyped라는 키워드가 마음에 들어 이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강한 타입 시스템을 가진 OCaml로 작성한 코드가 타입 체커를 통과하고 나면 타입이 없는 (untyped) 람다 표현식이 되어 그 위에서 최적화가 진행되는데, 마치 여러 글감을 카테고리에 맞게 기록해뒀다가 컴파일하듯 글을 쓰고 나면 최종적으로는 내가 의도 했던 내용에 최적화된 글이 나오는 것과 유사하다고 생각해서 이런 이름을 지은 것은 아니고, 그냥 끼워 맞춰 보았다.
아무튼 마음에 드는 이름은 정했으니 적절한 최상위 도메인만 고르면 되는 거였는데, 여기에 또 한참을 고민을 했다.
- 당연하게도 닷컴, 닷넷,
.dev,.io,.ai같은 유명한 애들은 이미 다 점령 당한 상태였다. 나도 닷넷 갖고 싶었는데 말이지. .info도 고민했는데, 잡설이 가득한 블로그에는 맞지 않겠다 싶어서 스킵..work도 고민했는데, 왠지 이 도메인을 사면 포트폴리오를 보여야 할 것만 같은 압박이 느껴져서 스킵..ml이 OCaml의 확장자이기도 하고 또 요즘 먹고 살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는 머신러닝과도 맞아서 꽤 고민했는데, 여기에 얽힌 흑역사를 보니, 23년부터 정상화를 노력하고는 있다지만 아직까지는 불안정해 보여서 스킵..sh이 쉘 스크립트 확장자이기도 하고 brew.sh를 비롯한 각종 힙한 프로덕트에 .sh 도메인을 쓰는 곳이 많아서 끝까지 고민을 했는데, 취미로만 유지하기에는 꽤 부담되는 가격인데다 너무 힙해서 (…) 오히려 반감이 들어 스킵. 비슷한 이유로.run도 탈락.
고민 끝에 근본의 kr 도메인을 구입했다. 어차피 전부 한글로 작성한 글 밖에 없기도 하고 가격도 착해서 딱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도메인을 구매한 김에 호스팅도 깃허브 페이지에서 클라우드플레어 페이지로 옮기고 DNS도 클라우드플레어로 관리하도록 옮겼다. 기분 탓인지 깃허브 액션보다 클라우드플레어 페이지 빌드 속도가 훨씬 빠르다. 구글 애널리틱스랑 Giscus는 딱히 수정하지 않아도 돼서 편했다. 약간의 설정과 기존 글에 걸린 링크들만 수정하고 나니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 이제 클라우드플레어와 구글 서치 콘솔이 착실하게 내 도메인과 사이트와 캐시를 전 세계에 퍼뜨려주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기존의 깃허브 페이지 도메인은 404와 함께 새 도메인으로 리다이렉트해두었으니 길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 한 가지 걱정은 (의외의) RSS 구독자 n명(\(n \ge 3\))에 대한 것인데, 리다이렉트 페이지와 함께 피드 알림 xml을 같이 마련해두었으니 역시 길을 잃지 않길 바랄 뿐이다.
사실 하는 김에 깃허브 프로필 이름까지 바꿀까도 고민했는데, 의외로 실명이 글을 쓰는 태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이건 앞으로도 그냥 냅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