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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직장인의 영어

2026-08-22

태그: essay

짧은 사이에 벌써 매니저가 한번 바뀌었다. 터키 출신의 호쾌한 매니저랑은 내 코리안 브로큰 잉글리쉬로 그럭저럭 잘 소통해나갔었는데, 영국 사립학교 + 옥스포드 출신의 새 매니저는 꽤나 포쉬한 억양과 고상한 표현을 구사해서 리스닝에 제법 애를 먹고 있다. 그래도 나는 이런 멋스러운 표현을 좋아하는 편이라 미팅 때마다 영어도 같이 배워보겠다는 심정으로 잘 모르겠거나 멋져 보이는 표현들은 받아 적어놨다가 틈틈이 정리해두고 있는데 색다른 재미가 있다. 다행히(?) 매니저가 아닌 다른 친구들은 출신 국가가 다양해서 브로큰 잉글리쉬로 잘 소통하고 있다. 그러고보니 마침 요즘에 명예영국인이라는 인플루언서가 유행이던데, 그분은 런던 사투리인 코크니나 슬랭 쪽에 가까운 것 같아서 내가 회사에서 듣고 쓰는 영어와는 조금 결이 다른 듯 하여 회사에서 써먹긴 어려워보여 아쉽다.

암튼 그렇게 적어둔 노트가 꽤나 쌓여서 소화도 할 겸 정리를 해보았다. 이게 뭐라고 딱 잘라 말하긴 어려운데, 다 적고 보니 영국식 영어라기보다는 영국인이 직장에서 자주 쓰는 약간 절제된 채로 살짝 돌려서 말하는 그런 표현이 내 귀에는 멋지게 들리는 것 같고, 추가로 테크 회사 특유의 방언(?)도 재밌게 익히고 있다. 미국 테크 회사의 런던 오피스에서 마침 매니저가 정통 영국인이라는 기묘한 상황이라 좋은 배움의 기회가 되고 있다.

What good looks like

그대로 직역하면 “좋은 게 어떻게 생겼는지” 정도인데, 회사에서는 어떤 프로젝트가 잘 되었을 때 최종적으로 잘 된 상태가 어떤 모습인지, 혹은 어떤 태스크의 성공의 기준이 무엇인지, 이런 최종 목표를 묘사할 때 자주 쓰는 것 같다. 그래서 “We want to know what good looks like” 라든지, 혹은 “Before we start, let’s align on what good looks like” 라고 하면 대충 그런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

Play your part

“Do your job” 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의미로, 챗지피티한테 물어보니 “네 몫을 한다” 정도의 뉘앙스인 것 같다. 실제로 프로젝트가 굴러갈 때 각자가 최소 자신의 몫은 해야 한다는 식으로 “We all need to play our part in that project” 같이 쓰인다.

Get stuck in

이거 처음 들었을 때 뜻을 완전히 반대로 이해해버려서 헷갈렸던 표현이다. Stuck이라고 해서 뭐가 잘못되어 꼼짝 못하게된 상황이 아니라, “get stuck in”은 오히려 그 반대의 의미로 양팔 걷어붙이고 적극적으로 일에 뛰어드는 이미지를 뜻한다. 그래서 “Getting stuck in with everything the team is doing” 이라고 하면 팀이 하는 거에 다 껴서 방해한다는 뉘앙스가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팀이 하고 있는 모든 일에 뛰어들어서 전방위적으로 영향력을 넓히는 것에 가깝다.

Pick up on something

어떤 상황을 알아차린다는 뜻으로, 우리 말의 “눈치 챈다”랑 좀 비슷한 것 같다. 예를 들어 “The only real way that I pick up on that is by 1:1.” 라고 하거나 “I hadn’t picked up on that”, “That’s something I’ve started to pick up on as well”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

A bit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거는 많은 영국인들이 참 좋아하는 표현인 것 같다. 매니저 뿐만 아니라 주변 영국 친구들에게서도 굉장히 자주 듣는다. 예를 들어 그냥 “It’s a mixture of …” 라고 하지 않고 “It’s a bit of a mixture of …” 와 같이 말하는데, 좀더 표현을 완곡하게 해주는 버퍼 역할을 한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냥 일상적인 표현에도 “a bit tricky”, “a bit of a problem”, “a bit messy”, “a bit unfortunate” 등의 표현을 많이 들을 수 있다. 근데 또 이야기를 끝까지 듣다보면 a bit 이 아니라 꽤 심각한 경우가 종종 있다는 아이러니가 대단히 영국스럽다.

Loads of

이것도 영국인들이 참 좋아하는 표현인듯. “A lot of” 보다 좀더 양이 많은 뉘앙스를 풍긴다. 찾아보니 미국에서도 쓰긴 하는 것 같은데 사실 상 영국 사투리 느낌이다. “We’ve got loads of works to do”.

Have got

이것도 정말 영국인의 사랑을 받는 표현이다. 사실 상 그냥 have랑 같은 의미인데 구어체에서 특히나 많이 쓰인다. “I’ve got …”, “We’ve got …”, 심지어는 질문도 “Have you got …?” 형태로 정말 많이 쓰인다. 그래서 오히려 이제는 그냥 “I have a problem” 이라고 하면 좀 어색하게 들리고 “I’ve got a problem”이 더 자연스러운 지경이다. 처음에는 왜 굳이 저렇게 쓰나 싶었는데 이제는 그저 또 하나의 완곡한 표현으로 보인다.

Put together

이것도 굉장히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단어 조합을 보면 뭔가를 모아서 두는 건데, 그래서 딱 하나로 칼같이 번역이 되기 보다는 상황에 따라 여러가지 의미를 갖는다. 예를 들면 “I was thinking of putting together a post” 에서는 작성하다, 쓰다 (write) 의 뜻이고, “Let me put together a plan” 에서는 정리해서 만들어본다는 뜻에 가깝다. 이 외에도 정말 여러가지로 쓰여서, put together 뒤에 a document, a plan, a proposal, a prototype, some analysis 등이 올 수 있고, 혹은 아예 something 으로 퉁치거나, 아니면 팀을 꾸린다 (put together a team) 고 표현하는 등, 정말 다양하게 쓸 수 있다. make/write/prepare 보다는 조금 부드러우면서, 이미 있는 재료나 정보를 모아서 전체적인 구조를 잡는 느낌이 있어서 애용하는 표현이다.

한국에서 정말 자주 썼던 표현 중 하나가 “정리하다”인데 사실 이거는 워낙 다양한 의미로 쓰여서 영어에 100% 대응되는 표현을 찾기가 어려웠는데, 그나마 put together가 한 60%는 대응하는 것 같다. 초반에는 정리하다는 표현을 arrange, organise, summarise 정도로 표현했는데, arrange는 정리하다는 의미보다는 미팅이나 일정을 조율하거나 미리 자료나 교통편 같은 걸 준비해두는 뉘앙스고, organise는 정말로 물리적으로 정리정돈하거나 자료를 분류하거나 아니면 행사를 준비하는 뉘앙스라 더더욱 맛이 살지 않아 아쉬웠는데, 마침 매니저가 쓰는 표현을 듣고 이거다 싶어서 정말 잘 배운 표현 중 하나다.

Get sorted

앞에서 말한 “정리하다”의 나머지 40%에 대응하는 표현이 바로 sorted 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이거 제가 정리해둘게요”라고 하면 보통은 일감을 처리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가까운데, 이건 put together가 아니라 get sorted 또는 sort out이 적절하게 표현해준다. “I’ll sort it out”, “Let’s get this sorted”, 혹은 “I’ll get the remaining issues sorted” 처럼 쓸 수 있다.

In one go

이건 영국식 표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영국에서 더 자주 들리는 표현인 것 같다. 우리 말로는 “한 번에” 와 같다. 비슷한 표현으로 “(all) at once” (한꺼번에) 가 있는데 이거랑은 미묘하게 다르다고 생각되는 지점이,

그래서 “I managed to finish it in one go” 라고 하면 한 번의 시도만에 끊기지 않고 잘 끝냈다는 느낌이고, “The jobs all ran at once” 라고 하면 여러 개의 작업이 동시에 전부 한꺼번에 돌아갔다는 느낌이다.

근데 이렇게까지 정확하게 구분하는 것 같진 않고, 그냥 말할 때 in one go를 즐겨 쓰는 것 같다.

A good line in the sand

놀이터 모래 바닥에 그은 선이 영역을 구분하듯, 이 표현은 명확한 경계나 기준을 세울 때 쓴다. 그래서 “That’s like a good line in the sand” 처럼 경계를 긋거나, 혹은 “Let’s use this as a line in the sand and reassess in a month” 처럼 기준을 세울 수 있다.

Talk through / Walk through

discuss랑 비슷한 뜻으로 차근차근 자세히 설명한다는 느낌인데, 둘의 뉘앙스가 좀 다르다.

그래서 “Can we talk through the detail?”, “Happy to talk you through what I changed” 처럼 말로 설명하는 거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고, “Could you walk me through how this works?”, “Let me walk you through the overall architecture” 처럼 전체 프로세스나 구조를 직접 보면서 순서대로 설명하는 거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In the absence of information

이건 그냥 모른다고 표현하는 것보다 좀 간지나는 표현이라서 기록해뒀었다. “In the absence of any further information, what would you do?” 처럼 불확실성을 이야기할 때 쓸 수 있을듯.

On the opposite end

end는 우리 말의 “쪽”이랑 같은 감각이다. 그래서 my end, your end 같은 표현이 자주 쓰인다. 이거도 그거랑 비슷한 결로 완전히 반대 쪽의 관점이나 역할을 이야기를 할 때 들었다. “If you think about it on the totally opposite end, …” 처럼 수사를 더 붙여서 완전히 극단적인 케이스를 얘기할 수도 있다.

Whenever it makes sense

이것도 마음에 드는 표현인데, “When it is necessary”나 “When we have to do it” 보다 완곡하면서 부드럽게 뜻을 전달할 수 있다. 대충 “적절한 때에”를 말하고 싶을 때 자연스럽게 섞을 수 있다. “Feel free to pull me in whenever it makes sense”, “We can revisit this matter in a couple of weeks or earlier whenever it makes sense” 처럼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Align

이건 거의 테크 회사의 방언 급으로 많이 쓰이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마치 한국의 판교 사투리처럼. 뭐든 간에 서로 “맞춰본다”는 뉘앙스를 풍길 때 항상 align을 쓴다. 그래서 “Can we align on priorities before I pick up the next task?” 혹은 “I just want to make sure we’re aligned on what is most important here” 처럼, 각자가 생각하는 우선순위가 같은지 맞춰보는 감각으로 쓸 수 있다.

More perceived than real

이건 꽤 따뜻한 표현이라서 기억에 남는다. “You might feel pressure that’s maybe more perceived than real” 처럼, 실제로 있는 것보다는 그렇게 느끼는 게 큰 상황을 부드럽게 알아채는 감각이다. “You’re putting too much pressure on yourself” 라는 직설적인 표현보다 더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느껴진다.

Rationale behind something

이것도 꽤 자주 들리는 표현이다. 직접적으로 Reason이나 Why를 묻기보다 좀더 완곡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있다. 예를 들어 “Why are we doing this?” 라고 하면 좀 공격적으로 들릴 수 있는데, 이걸 부드럽게 “I’d like to understand the rationale behind this” 정도로 돌려 말할 수 있다. 쓰다보니 어째 한국 회사에서 빙빙 돌려말하는 거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Full on

찾아보니 이건 제법 영국스러운 표현으로, 엄청 정신없이 바쁘고 빡세다는 걸 표현할 수 있다. “I know things have been full on for you lately” 처럼 상대방이 바쁜 걸 언급하면서 오프닝을 가져갈 수도 있고, 혹은 “It’s been pretty full on this week” 나 “The last couple of months have been full on” 처럼 내가 요새 좀 정신없었다는 걸 말하기도 좋다.

이건 주로 옳다, 정확하다 뜻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일하면서 느끼는 감각은 “적절하다”에 좀더 가까운 것 같다. 그래서 “get the balance right”, “get the timing right”, “get the level of details right” 처럼 적절한 균형/타이밍/디테일 지점을 찾는다는 표현을 굉장히 많이 쓴다. 특히 피드백을 줄 때 “You made some mistakes in balancing …” 처럼 너무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I don’t think you’ve got the balance right the whole time” 처럼 완곡하게 말할 수 있다.

Tread

사전적으로는 밟다, 디디다, 으깨다 뭐 이런 뜻인데, 회사에서는 “선을 밟으면서 조심스럽게 행동한다”는 이미지에 가깝다. 그래서 “It’s a fine line to tread” 라고 하면 “아슬아슬하게 경계에 서 있는 셈이다” 라고 받아들일 수 있고, “We need to tread carefully here” 라고 하면 “여기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정도가 된다. 아직 나한테는 트레드밀의 이미지가 더 강하게 남아있어서 한번에 이 뉘앙스를 캐치하진 못하고 있는데 그래서 더 의식적으로 연습해보려고 하고 있다.

Take a step back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해보면”과 정확히 뜻이 통한다. 판교 사투리로는 “좀 더 하이레벨에서 보면”과도 뜻이 통하는 것 같다. 그래서 “If we take a step back, what problem are we actually trying to solve?” 나 “Taking a step back, I think the really issue is …” 처럼 오프닝을 가져가기 좋다.

Tailwind / Headwind

뒤에서 부는 바람은 나를 도와주고, 앞에서 부는 바람은 나를 방해한다. 그래서 Tailwind는 도움이 되는 거고 Headwind는 방해 요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전략이 A라는 프로젝트에는 도움이 되는데 B라는 프로젝트에는 방해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It’s a tailwind for A, but a headwind for B” 처럼 표현할 수 있다. 이게 후다닥 지나가서 놓치기 쉬운 표현인데 바람으로 이런 느낌을 표현한다는 게 꽤 멋지다고 생각했다.

Plug the holes

말 그대로 구멍, 빈틈처럼 문제가 줄줄 새는 곳을 메꾼다는 느낌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실용적인 부분에 우선순위를 맞출 때 쓰인다. “Before we scale this, let’s plug the obvious holes”나 “There are still a few gaps we need to plug” 처럼 지금 해결해야 하는 우선순위를 서로 맞출 때 자주 쓰인다.

참고로 “fill (in) the gaps”라는 표현이랑 비슷한데, 이건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예를 들어 지금 프로덕트가 버그나 리스크 없이 잘 돌아가고 있긴 한데 조금만 더 기능을 얹으면 좋아질 것 같을 때 쓰면 좋을듯.

Poke around

여기저기 찔러본다는 뜻으로, 문제를 깊이 파기보다는 넓게 건드리고 다니면서 살펴보는 걸 묘사한다. 그래서 “I was poking around in the codebase” 라든지 “I did a bit of poking around yesterday” 처럼 뭐했냐는 질문에 두루뭉실하게 넘어갈 때 쓰기 좋은 표현이다.

That’s where I would start

매니저가 되면 읽어야 하는 사전이라도 있는 건지, 이 표현도 정말 자주 들린다. 그냥 “You should do it” 라고 이해하면 된다. “너 이거 해야 돼”를 부드럽게 돌리면서도 상대방한테 결정권을 넘기는 듯한 표현이다. 이 표현을 들었다면 우선순위는 정해진 것과 마찬가지다.

Channel

동사로 뭔가를 쏟다, 어딘가에 돌리다 이런 뜻인데, 에너지/관심/의욕을 뭔가 잘 하기 위한 생산적인 쪽으로 돌려서 흘려보낸다는 뉘앙스를 이걸로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In terms of how to channel your ambition, the way I would channel it first is …” 라든지 “We need to channel our efforts into understanding the current state more deeply” 처럼 지금 집중해야 하는 게 뭔지 세련되게 설명할 수 있다. focus랑 비슷한데, 없는 걸 쥐어짜낸다기 보다는 이미 가지고 있는 걸 잘 활용하도록 돌린다는 이미지가 있다.

Stay closer to home

액면 그대로는 “집 근처에 머물어라”는 뜻이지만, 회사에서는 “너무 범위를 넓히지 말고 지금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해라”는 비유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매니징 할 때는 “We could explore that later, but I think we should stay closer to home for this half” 처럼 다른 이상한 거 하지말고 니 할 일에 집중하라는 표현으로 쓸 수도 있고, IC 입장에서는 “For now, I would like to stay closer to home and focus on the issues in our own stack” 처럼 내 업무 범위를 벗어난 요청이 들어온 걸 쳐낼 때 쓸 수 있다. 어느 방면이든 꽤 유용한 표현이다.

I’ll come to that

이건 회의나 발표하다가 질문 받았을 때 종종 쓰이는 표현이다. “그건 곧 얘기할거에요”, 혹은 “그 부분은 조금 이따 말씀드릴게요” 랑 일맥상통하는 표현이다. 잘 와닿진 않은데 “come to”가 어떤 지점에 도달한다는 이미지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Before I come to the results, let me explain the setup” 처럼 “넘어가다”는 뉘앙스가 있다.


그 외에도 pivot, prioritise, unblock, on track, run the business 같은 테크 회사 특유의 방언 같은 것들이 많은데, 쓰다보면 끝도 없을 것 같아서 일단은 여기서 멈췄다. 배움에는 끝이 없고 여러모로 영어를 새로 배우는 기분이라 즐겁다.